진짜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극장 10 👍
무대와 객석을 가르는 장막,
접이식 의자,
천장에 매달린 조명,
무대 바닥 마킹 자국,
극장하면 연상되는 것들입니다.
배우, 스태프, 관객 편의를 고려한 디자인일 겁니다.
오늘 소개할 '최고의 극장 10'은 좀 다르게 디자인되었습니다.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원문을 적절히 재구성했습니다. |
|
|
《디옵저버(The Observer)》의 건축 평론가가 황금빛 뮤직홀부터 고대에 지어진 석조 건축물까지, 세계에서 가장 멋진 극장 열 곳을 알려 줍니다. |
|
|
1 | 오피시나 극장 Teatro Oficina
|
|
|
무대는 길고 좁아요. 마치 길거리 같습니다. 벽면에 비계를 설치하고 객석을 만들었어요. 이탈리아 출신 건축가 리나 보 바르디*가 호세 셀소*의 의뢰를 받아 이전에 불타 버린 극장(Novos Comediantes)을 개조했습니다. 셀소가 마약 중독으로 경찰에 쫓기다 단단한 벽에 갇힌 적이 있는데 그때 건물 내부가 벽으로 나뉘지 않은 오픈플랜식 구조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오피시나 극장은 시야가 좁고 좌석도 불편해요. 극장으로선 영 아니죠. 하지만 그래서 더 인상적입니다. |
|
|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 1914-1992). 이탈리아 출신 브라질 건축가. 건축의 사회적, 문화적 가능성을 탐구한 모더니즘 건축가로 평가된다. 외국인, 여성이라는 사실 때문에 브라질 건축계에서 배척되었으나 오늘날 20세기 브라질 건축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힌다.
*호세 셀소 마르티네스 코레아(Jose Celso Martinez Correa, 1937-2023). 브라질 배우, 연출, 극작가. 브라질 내 트로피칼리나 예술 운동 선봉에 있던 테아트로 오피시나 창립자 중 한 명이다. |
|
|
2 | 에피다우로스 원형 극장 Great theatre, Epidaurus
|
|
|
에피다우로스의 자연스러운 단순함에 매료되기 쉽습니다. 의상, 무대장식, 의식이 갖춰진 고대의 원형(Original)은 좀 더 인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기하학적 단순함과 웅장함을 갖춘 데다 공연, 관객, 자연경관과 하늘이 어우러진 건축물을 찾는다는 건 굉장한 일이죠. 전설적인 음향 효과는 또 어떻고요! 이 모든 건 개방형 공간, 온화한 기후 덕분입니다. 지붕이 있는 극장도 아름답죠, 하지만 고대에 지어진 에피다우로스 극장을 따라잡긴 힘들 겁니다. |
|
|
3 | 그로세스 샤우슈필하우스 Grosses Schauspielhaus
|
|
|
나치가 퇴폐적 예술이라며 건축물을 은폐했다면? 그건 건축가가 뭔가 옳은 일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로세스 샤우슈필하우스의 종유석으로 장식된 천장이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한스 푈치히는 독일 건축가 중 가장 독창적인 인물입니다. 누구나 극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막스 라인하르트의 비전에 공감하며 극장을 마치 동굴 안처럼 꾸몄습니다. 폐쇄, 철거되어 지금은 그 형태를 볼 수 없습니다. 폭격이 있었냐고요? 아니요, 방치로 인해 건물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답니다. |
|
|
4 | 런던 국립극장(로열 내셔널 시어터) National Theatre
|
|
|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 ‘NT’의 그 내셔널 시어터입니다. 세 개의 극장이 있습니다. 관객은 계단, 로비, 발코니를 통해 각각의 극장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관객이 이동하는 공간은 곧 ‘제4의 극장’입니다. 한 프레임에 강과 도시의 전경, 인간의 삶이 어우러지는 구조물입니다. 아이들은 이 구조물의 콘크리트를 처음 보면 목재로 착각합니다. 목재처럼 보이도록 몰딩했기 때문인데요, 일종의 미묘한 눈속임이죠. 지난 16일 버버리의 2025년 여름 컬렉션 패션쇼가 이곳에서 열렸다고 해요. |
|
|
5 | 테아트로 시엔티피코(비비에나 극장) Teatro Scientifico
|
|
|
이탈리아 북부에는 훌륭한 극장이 넘칩니다. 라 페니체, 라 스칼라, 비첸차에 위치한 테아트로 올림피코 등등. 만투아에 있는 비비에나 극장은 하나의 작은 도시 같습니다. 연기자와 관객이 그곳 시민이죠. 이 작은 도시에서 시민들 사이에 소통과 상호 작용이 일어납니다. 벽면에 4단으로 종 모양 좌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이트라인(Sightline: 객석에서 무대를 볼 때 시선)은 무대뿐 아니라 다른 객석, 관객에게도 향합니다. 무대에서도 마찬가지고요. 1770년 개관 약 한 달 만에 이곳에서 14세가 채 안 된 어린 모차르트가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이 건물에서 강한 영감을 얻었던 레오폴트 모차르트가 만토바에서 잘츠부르크에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거든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건물을 못 봤소.” |
|
|
6 | 해크니 엠파이어 극장 Hackney Empire
|
|
|
여러 면에서 런던의 내셔널 시어터와 반대입니다. 해크니 엠파이어 극장은 매우 화려하고 장식적입니다. 이런 효과를 위해 휘장을 두르는 등 역사적인 스타일을 취했습니다. 미적 감각, 역사적 고증 뭐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교한 페인팅 장식은 무대와 관객, 관객과 다른 관객 사이에 환상의 거품을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강력한 라포를 형성합니다. 원래 버라이어티 공연을 위한 극장이었습니다. 다작으로 유명한 프랭크 매첨이 전역에 빠른 속도로 건립한 여러 극장들 중 하나죠. |
|
|
7 | 메트로폴 극장 Metropol theatre
|
|
|
후졸은 가우디의 제자였습니다. 가우디와 비교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똑같이 창의적인 건축을 선보이곤 했죠. 메트로폴 극장에서 후졸의 독창적인 상상력이 폭발한 부분은 실내 장식입니다. 파도, 낚시용품, 보트, 물고기 등 전체적으로 바다를 연상시킵니다. 후졸은 극장이 관객을 태우고 구원을 향해 항해하는 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토록 진지한 종교적 의미를 기대한 건 아니었대도, 이 공간의 가볍고 환상적인 무드를 즐기는 덴 문제가 없답니다. 사실 메트로폴 극장은 전쟁 중 폭격으로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이후 영화관으로 재개관했을 때 이전의 환상적인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해요. 다행히 1991년 타라고나 시의회가 극장 건물을 인수해 이전 모습 그대로 복원했습니다. 후안 마요르가의 <비평가>에서 볼로디아가 <리어 왕> 책장 사이에 간직해 온 붉은색 천 조각이 바로 메트로폴 극장의 ‘막’입니다. |
|
|
8 | 테아트로 델 몬도 Teatro del Mondo
|
|
|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를 위해 만들어진 테아트로 델 몬도는 도시를 고요하게 미끄러지듯 지나갈 수 있게 설계된 부유식 구조물이었습니다. 탑 같은 모양은 베네치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을 단순화한 버전이에요. 17세기에 지어진 세관과 살루트 교회 모습을 어느 정도 본땄습니다. 내부는 르네상스 극장처럼 가파르고 수직적이었으며 노출 철제 구조가 특징이었습니다. 임시 구조물이었기 때문에 비엔날레가 끝난 뒤 철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 덕분에 한동안 도시의 오래된 친숙한 기념물이 새롭게 보였답니다. |
|
|
9 | 캐슬 극장 Castle theatre
-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미상, 1682년과 1766년
|
|
|
당시 무대를 위한 기계장치와 세트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바로크 양식 건축물입니다. 무대 양편에 뒤쪽으로 이어지는 기둥의 배치가 원근법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객석은 무대에 비해 덜 연극적입니다. 휘장을 친 귀족 전용 객석들이 보입니다. 거의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것 같은 작고 고립된 공간이지만 천장에 환상적인 하늘이 장식되어 있으니 안심하세요. |
|
|
10 | 라디오 시티 뮤직홀 Radio City Music Hall
- 뉴욕, 에드워드 듀렐 스톤과 도널드 데스키, 1932
|
|
|
에드워드 듀렐 스톤은 뉴욕의 고상하고 우아하면서도 단순한 뉴욕 현대 미술관을 지은 건축가입니다. 디자이너 도널드 데스키와 협력해 록펠러 센터에 6000석 규모의 거대한 라디오 시티 뮤직홀을 지었죠. 주황색 조명이 설치된 천장의 동심원과 방사형 선은 일몰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듀렐 스톤의 건축물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뉴욕 현대 미술관이 아니라 화려하고 호화로운, 웅장한 계단과 로비가 있는 이 뮤직홀일 겁니다. 개관 기념 공연에 혹평이 쏟아진 바람에 경영진은 개관 2주 만에 이 극장을 영화 상영관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킹콩>(1933),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앵무새 죽이기>(1962), <라이온 킹>(1994)이 여기서 초연되었습니다. 1997년부터 2019년까지 토니어워즈가 이곳에서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
|
|
디옵저버(The Observer)
일요일에 발행되는 영국 신문. <가디언(The Guardian)>지의 자매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일요 신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