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연극을 위해😎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intimacy choreography)?
무대 공연에서 배우가 과도한 노출을 감행하거나 성폭력이 일어나는 순간을 재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할 때 무엇을 유념해야 할까요?
이런 민감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작업 과정을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 또는 ‘인티머시 디렉션’이라 부릅니다.
합의된, 효과적인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는 섹슈얼 저스티스, 장애 정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종, 장애, 성 차별 관행을 넘어서기 위한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원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발췌, 편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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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 저스티스를 위한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
연극계에서 성폭력 사례는 유명 배우나 작업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전역의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또는 직접, 악몽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디렉터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머리카락이나 몸을 쓰다듬었다, 백인 교수 또는 팀원이 “깜둥이(n word)”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몸매를 평가했다는 등의 이야기 말입니다. 똑같은 두세 편의 연극에서 전형적인 배역만 맡게 되어 교육 환경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었다고도 말합니다. 이런 관행은 유색인종이나 장애인이 경력 초기부터 현장에서 인종 차별과 장애 차별에 순응하도록 가르칩니다. 어릴 때부터 남성 영웅 서사를 꾸준히 봐 온 여성이 남성 서사를 위해 자신의 욕구, 욕망을 희생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죠. 타인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 주장, 인종 차별적 또는 성적 비하 발언의 반복, 대상화, 이런 형태의 성폭력은 학교와 극장에 심각한 해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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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는 연극 제작에서 비교적 새로운 부분입니다. 특히 유색 인종 여성과 장애인의 섹슈얼 저스티스와 관련해서는 그 지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특히 유색 인종 여성, 장애인에게 포커스를 맞춘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를 통해 백인 중심적이고 장애 차별적이며 가부장제 중심인 현재의 연극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효과적인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를 위해서는 인종, 장애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확장된 사고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종 차별과 장애인 차별을 성폭력의 한 형태로 간주하고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에서 고려해야 할 점을 살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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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 저스티스를 위한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에는 논의와 훈련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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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와 인종 차별 인종 차별과 성폭력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연극과 공연 예술이 인종 차별과 그에 따른 폭력에 어떻게 기여해 왔는지 알아야 합니다. 흑인이 출연한 연극이 노예제를 옹호하는 데 이용된 방식부터 전형적인 캐릭터와 외설적인 노출 사이의 연관성까지, 많은 학자들이 이런 문화 형태와 인종주의적 폭력의 관련성에 주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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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극이 성폭력을 묘사하는 것으로 간주되는지 살펴봅시다. 인종 차별적인 성폭력의 독특한 양상을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성폭력 문제를 들여다보면 두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연극에 묘사된 많은 성폭력 장면이 백인 중심이라는 것과, 전체 성폭력 장면을 무대화하기 위해서는 인종적 구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극을 제작할 때 인종 차별에 따른 피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것이 〈리시스트라타〉부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이르기까지 연극 전반에 걸쳐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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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타>(BC 410?)는 대담하고 분방한 성 묘사가 특징이다. 오브리 비어즐리의 삽화도 그 분위기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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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배우들이 강간 장면을 연기할 안전한 방법을 찾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한정된 경험을 한) 배우가 섹슈얼리티 전체 경험에 비춰 안전한 방식으로 인종 차별을 묘사할 수 있을까요? 인종 차별을 묘사하려는 연극이라면(린 노티지의 <스웨트>처럼) 또는 인종 차별이 공연에서 무비판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면(<미스 사이공>을 떠올려 보세요) 연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유색 인종 배우들이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극 안에서 구조적인 인종 차별의 대상이 되는 장면을 연기하면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그 해악이 무엇인지, 배우가 그런 해악을 내면화하지 않도록 무장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해당 장면이 인종 차별적인 성폭력 장면이라는 걸 이해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가해자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합의된 안전한 방식으로 연기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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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해럴드>를 예로 들어 보죠. 클라이맥스, 할리와 샘의 대결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마스터 해럴드>의 작가는 남아공의 백인 남성 아톨 푸가드입니다. 남아공을 배경으로 백인 청소년 해럴드(할리)와 그를 보살피는 흑인 하인 샘과 윌리의 하루를 묘사합니다. 할리와 샘의 대결 장면에선 몸싸움도, 전형적인 이성애 폭행도 없습니다. 하지만 할리의 폭언, 인종 차별적인 농담은 충분히 폭력적입니다. <마스터 해럴드>에 묘사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인종 차별 장면에는 내밀한 폭력의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실제로 성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종 차별을 당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실제 인종 차별을 당하는 것만큼이나 배우에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연극 제작자가 섹슈얼 저스티스를 지향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인종 차별과 성폭력의 관계를 이해해야 하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이런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배우들에게 첫 방어선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인종 차별, 폭력을 포함해 이를 구체화한 결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희곡 자체는 성폭력을 묘사하고 있더라도 배우가 피해를 입지 않고 이런 작품을 연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요. 인종 차별, 폭력이 반드시 성적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할리의 인종 차별은 어떤 면에서 성폭력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할리가 무기를 휘두르지 않는다고 해서 덜 위험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백인 배우들이 이해하고 이를 연기할 수 있도록 안내할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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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톨 푸가드의 <마스터 해럴드> 장면(케이프타운,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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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서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와 장애 차별 연극에서 장애 차별 논의는 장애인이 창작하고 장애인이 등장하는 작품에 한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장애인 캐릭터를 비장애인 캐릭터가 연기할 수 있을까요? 그래야 할까요? 장애인 배우는 어느 정도 신체 장애를 가져야 하는 걸까요? 탐센 울프는 우생학적 이념이 연극 관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아마추어 우생학자들은 시각적 리얼리즘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과 관행을 생산하고 퍼뜨렸습니다. “더 나은” 인간을 번식시키려는 인종주의적이고 장애 차별주의적인 열망에 힘입어 신체가 내면을 표현한다는 아이디어를 밀고나갔습니다. 무대 리얼리즘이 이런 관행을 반영하리라는 기대는 장애 차별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신체 계층화를 중심으로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리얼리즘은 장애 차별주의와 결합해 장애인에게 해악이 될 수 있습니다. “악”을 상징하기 위해, “영감”을 위해 장애를 이용하는 신체 표현은 장애인 관객과 배우들을 작품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무대에서 그렇게 표현된 신체는 실제 장애인들의 경험과는 완전히 다른 암시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신체, 동작으로부터 내면을 유추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게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표현 논리가 마치 보편적인 사실인 것처럼 현장에서의 작업을 구조화하기 때문에 장애 여부, 인종, 계급, 성별 때문에 이 논리에서 배제된 사람들은 더욱 소외되고 맙니다. 신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기대는 캐스팅, 연출, 관극의 주된 관행이 장애 차별적으로 이루어짐을 시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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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장애를 가진 배우이자 공연 예술가 테리 린 허드슨(Terri Lynne Hudson)은 연극에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관객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지적한다. "장애인 좌석이 생기고 청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이 제공되는 극장도 많아졌어요. 하지만 연극 제작에 참여하는 배우, 기술자들을 위한 조치는 없죠. 장애인은 관객으로만 연극에 참여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_<AMERICAN THEATRE> 2021.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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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실주의에 대한 미학적 기대는 연극 제작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는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장애인 고립과 빈곤의 구조화를 더욱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고요. 장애인 배우들이 늘었고, 캐릭터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연극에서 장애인은 여전히 주변에 머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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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해럴드>가 훌륭한 예입니다. 무대에는 장애인 캐릭터가 나오지 않지만 장애 차별주의가 플롯을 구성합니다. 할리의 인종 차별은 장애가 있는 아버지에 대한 내면화된 수치심과 분노의 결과입니다. 할리의 (장애가 있는) 아버지는 무대에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장애를 연기하는 배우가 없더라도 <마스터 해럴드>는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신체 장애를 도덕적 결함과 결부하는 등), 관객의 장애 차별주의(신체장애가 있는 관객은 이를 폭력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를 강화합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주인공과 그를 괴롭히는 인물(무대에는 등장하지 않는) 사이의 친밀감을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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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차별주의를 배제한다면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성폭력을 재현하지 않는 방식으로 장애를 무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연극 제작 과정에 유색 인종 장애인과 LGBT 장애인을 참여시킴으로써 장애 정의(disablity justice)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장애를 무대화하고 장애인 배우, 감독 등과 함께 작업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퍼는 장애인 배우가 장애 차별주의적인 연극의 해악을 내면화하지 않고 장애 차별주의자 역할을 안전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그러면 연극에서 장애 차별적인 관행을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연극에서 장애 정의는 장애 차별을 조장하는 인물을 식별하고 차별의 순간을 성폭력의 순간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실현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의 성폭력 경험, 친밀하고 성적인 접촉을 리허설하고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 장애인의 공연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장애인 배우에 대한 해악을 중재하고 뿌리 뽑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많은 장애인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 관행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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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정의를 위한 폭넓은 상상력 구축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 실행은 포용이나 다양성 배양 차원의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장면을 안전하게 연출하고 성폭력과 착취를 예방할 도구와 구조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섹슈얼 저스티스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바람직한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를 위해서는 인종 차별과 장애 차별을 성폭력의 한 형태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런 성폭력으로부터 창작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현장은 효과적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폭력의 양상을 바꿀 뿐, 흑인, 장애인, 특히 여성과 LGBT에 대한 공격을 막지 못하고, 그들이 피해를 극복하기 어렵도록 구조적, 제도적, 문화적 장벽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힘 있는 작품을 명확하고 통찰력 있게 무대에 올렸을 때 연극이 얼마나 더 강력해질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섹슈얼 저스티스를 향한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움직임을 탐구하는 연극이 필요합니다. 인티머시 코레오그래피가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상호주의 관점에서 적절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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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존스(Stefanie A. Jones)
학자, 정치 조직가, 교육자 및 문화 평론가. < Lateral> 공동 편집자. 뉴욕대 겸임 교수이자 브루클린 칼리지 겸임 조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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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레터는?
<당신은 세상을 나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파르 파나히의 <노 베어스>를 보고 파나히 감독에게 부치는 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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