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 플로리앙 젤레르 <아버지>👴 아버지 Le Père
플로리앙 젤레르, 임혜경, 2012년 초연, 136쪽, 979-11-288-5619-8 개요 몰리에르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해외 공연에서 도 좋은 반응을 끌어낸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프랑스 연극이다. 영화 <더 파더>의 원작. 줄거리 앙드레가 치매로 기억에 문제를 겪는다. 극은 앙드레의 시점에서 그의 왜곡 또는 소실된 기억을 따라 전개된다. 딸, 그를 돌봐 주는 여성, 사위인지 딸의 연인인지 모를 남자와 나눈 대화가 혼란스럽게 뒤섞이고, 익숙하고 당연했던 일상이 뒤죽박죽되면서 앙드레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등장인물 남 3 / 여 3 배경 앙드레의 아파트 장과 막 15개의 장면 공연 시간 2시간 주제어 가족 / 치매 / 심리 / 미스터리
|
|
|
앙드레는 80세 노인입니다. 시계(시간)에 집착하고 고집스럽고 변덕스럽고 사납고 자주 흥분하고 낙담하지만! 농담도 잘하고 유머러스하고 장난기도 있는!
복합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앙드레는 최근 딸이 거짓말한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런던으로 떠날 거라더니 갑자기 파리에 머물겠다고 말을 바꾸고, 낯선 사내를 남편이라 소개합니다. 원래 남편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날마다 가구가 사라지는데 딸 안느는 능청을 부리며 모르는 척합니다.
앙드레는 생각합니다. "안느가 내 아파트를 모조리 차지하려는 거구나!"
그리고 다짐합니다. "절대 빼앗길 수 없다. 나는 이 아파트에 남을 거야."
안느가 거짓말하는 걸까요?
앙드레가 뭔가 착각하는 걸까요?
앙드레의 의심, 불안 그리고 현실인지 착각인지 알 수 없는 장면들이 혼란스럽게 이어지며 희곡은 결말로 향합니다. |
|
|
2장, 앙드레는 꽤나 괜찮아 보입니다. 그의 말만 들어 보면 말이죠... |
|
|
앙드레
그렇지, 피에르. 나 좀 봐 봐. 아직은 내가 나 혼자 해낼 수 있잖아? 내가 아직은 완전히... 아니지, 응? 맞지? 내가 그런... 건 아니잖아. (그는 노인처럼 몸을 구부린다.) 그래 보여? 자네 그렇게 생각해? 봐 봐, 나 아직은 팔을 쓸 수 있다고, (그는 팔을 가지고 시범을 보인다.) 보이지? 다리도, 손도, 어쨌든, 다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맞지? 물론 맞지.
근데 걔는? 그 고집은 어디서 나오는지 몰라. 그 똥고집... 터무니없어, 터무니없다니까.
그 앤 한 번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본 적이 없어, 한 번도.
그게 문제야. 언제나 이랬어. 어릴 때부터. 그렇게 총명한 애는 아니거든. 별로... 내 말 맞지? 아주 영리하진 않아. 지 엄마를 닮았거든.
"최선", "최선"... 난 그 애한테 아무것도 부탁하지 않았어. 아니지, 그 애가 뭔가 꾸며 대고 있지만 그게 뭔지는 난 몰라. 하지만 무슨 일을 꾸미고 있어. 꾸미고 있다고, 난 알아.
날 그런... 곳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거 같아. 그래, 맞아, 그렇다니까, 그런 사람들을 위한...
("늙은이"를 의미하며 얼굴을 찡그린다.)
그런 신호를 봤어. 그 애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겠지만... 지난번에 거의 다 말할 뻔했다고.
근데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하지. 난 내 아파트에서 떠나지 않을 거야!
떠나지 않을 거라고!
(21-22쪽) |
|
|
플로리앙 젤레르는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연출가입니다.
<아버지>를 비롯한 젤레르 희곡이 세계 각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
|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1979~).
동시대 최고의 프랑스 작가로 칭송 받는 중.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행. 직접 연출한 영화 <더 파더>로 세자르외국영화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배우보다 더 배우상. |
|
|
플로리앙 젤레르가 단숨에 스타 작가 반열에 든 건 톱스타 기용 덕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배역에 배우를 특정하는 편이라고 해요.
<아버지>는 프랑스 원로 배우 로베르 이르슈(Robert Hirsch, 1925~)를 위해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몰리에르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한 대배우입니다. 로베르 이르슈는 이 작품으로 또 한 번 최고연기상을 수상합니다. |
|
|
↓로베르 이르슈의 연기가 빛났던 2012년 <아버지> 초연 무대. 라디슬라스 콜레트(Ladislas Chollat)가 연출을 맡아 에베르토 극장(théâtre Hébertot)에서 공연했다. |
|
|
영국에서는 케네스 크래넘(Kenneth Cranham, 1944~), 미국에서는 프랭크 랜젤러(Frank Langella, 1938~)가 앙드레를 연기해 각각 로런스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수상했습니다. 2016년 한국 초연 때는 박근형 배우가 앙드레를 연기했죠.
각국을 대표하는 원로 배우들이 배역을 수락한 이유, "좋은 대본"이었습니다.
간결한 대사, 의미가 깃든 침묵, 비극과 희극 요소를 두루 갖춘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젤레르의 희곡은 배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베테랑 배우들을 만나 무대에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
|
|
↓미국에서는 프랭크 랜젤러가 앙드레를 연기해 그해 토니상을 수상했다. 2016년 맨해튼 시어터 클럽(Manhattan Theatre Club) 공연 장면. |
|
|
<더 파더>는 <아버지>의 영화 버전입니다.
플로리앙 젤레르가 직접 연출을 맡았고,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 1937~)가 아버지 앤서니를, 올리비아 콜먼(Olivia Colman, 1974~)이 딸 앤을 연기했습니다. "최고의 배우를 위한 최고의 배역" 공식은 영화에서도 통했습니다. 앤서니 홉킨스는 <더 파더>에서 보여 준 명연기로 생애 두 번째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합니다. 당시 나이 84세, 최고령 수상자라는 타이틀은 덤이었습니다. |
|
|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1991)에서 한니발을 연기 중인 앤서니 홉킨스와 그로부터 30년 뒤 <더 파더(The Father)>(2021)에서 앙드레를 연기 중인 앤서니 홉킨스. |
|
|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앤서니 홉킨스는 70년 전 어머니가 자신에게 불러 주던 자장가를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해요. 촬영장은 눈물 바다가 되었다고... |
|
|
희곡이 원작인데다 연극 연출 경력이 먼저인 플로리앙 젤레르가 메가폰을 잡은 만큼 영화에도 연극적 요소가 등장합니다. 특히 공간 연출이 탁월합니다.
영화는 주로 앤서니의 집, 앤의 집, 진료소와 요양원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들 공간은 구조가 똑같아 앤서니는 물론 영화를 보는 관객들까지 혼란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실내 환경은 조금씩 바뀝니다. 같은데 뭔가 다른 공간이 되어 가는 거죠.
앤서니가 기억과 인지 능력을 점점 잃어 감에 따라 처음 가구와 벽 장식이 풍성했던 앤서니의 집이 단출해지도록 한 것은 '공간'과 '서사 전개'를 일치시킨 의도된 연출입니다.
연극은 시공간, 특히 공간에 제약이 많습니다. 영화 역사 초기엔 이런 연극의 단점을 극복하며 한계 없는 스펙터클로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는 영화 때문에 연극은 외면받을 거란 위기감이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젤레르는 오히려 연극적 요소를 영화에 성공적으로 접목하고 있습니다.
"이지훈의 시네필로: <더 파더>-기억은 미래를 향한다"에서 영화 리뷰 더 보기 |
|
|
↑영화 <더 파더> 장면. 가구와 벽 장식이 빼곡하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