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아누이, 안보옥, 1944년 초연, 126쪽, 12800원

개요 그리스 비극을 장 아누이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꿈과 이상을 꺾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고독과 비극을 보여 준다.

장과 막 구분 없음
공연 시간 2시간
주제어 비극 / 고전을 재해석한

장 아누이의 <안티고네>는 극이 시작되기 전, 인물들이 무대에 나와 차례를 기다리는 듯 대기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나의 인물로 설정된 프롤로그가 무대 앞으로 나와 등장인물들을 한 명씩 소개하면서 그들의 운명과 앞으로 전개될 극의 내용을 대부분 알려 줍니다.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은 스토리를 쫓아가는 관극 태도에서 벗어나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화두를 성찰하게 됩니다. 

첫 장면, 외출했던 안티고네가 집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옵니다. 크레온의 법령을 어기고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 위에 흙을 덮어 주고 오는 길입니다.

다음은 자신을 설득하려는 하이몬에게 안티고네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장면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네. 그런데 당신이 웃었고 우리는 싸웠죠.

내 못된 성질이 너무 강하게 발동해서 난 그냥 나와 버린 거예요.

(그녀는 좀 더 나지막하게 덧붙여 말한다.) 그런데 내가 당신 집에 간 것은 어제저녁에 당신이 나를 차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결혼 전에 당신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였어요.

(그는 뒤로 물러서고 말하려 한다. 그녀는 소리 지른다.) 당신은 이유를 묻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어요. 당신은 맹세했어요, 하이몬! (그녀는 좀 더 나지막하게, 공손하게 말한다.) 제발 부탁해요.

(그리고 그녀는 몸을 돌리면서, 단호하게, 덧붙여 말한다.)

게다가, 내가 말할게요. 나는 그래도 당신 아내가 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매우 강렬하게 당신을 사랑하고−내가 당신 마음을 아프게 하겠네요, 오, 내 사랑 미안해요!−또한 절대로 내가 당신과 결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한 채 있다. 그녀는 창문가로 달려간다. 그녀는 소리 지른다.)

하이몬, 당신은 내게 맹세했어요! 나가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나가요. 당신이 말하면, 당신이 내 쪽으로 한 발자국만 다가서면 나는 이 창문으로 몸을 던지겠어요. 맹세해요, 하이몬.

우리 둘이 꿈속에서 가졌던 사내아이, 내가 결코 가지지 못할 그 유일한 사내아이의 머리에 대고 맹세하겠어요.

이제 떠나요, 빨리 떠나요. 내일이면 당신은 알게 될 거예요. 조금 후에 알게 될 거예요.

(그녀가 너무나 큰 절망감으로 말을 마쳐서 하이몬은 복종하고 멀리 떨어진다.)

부탁해요. 하이몬, 떠나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이 아직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예요.

(그는 떠났다. 그녀는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움직이지 않은 채 있다. 그녀는 창문을 다시 닫고, 무대 중앙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으러 온다. 그리고 이상하게 진정된 것처럼 조용히 말한다.)

자, 하이몬 일은 끝났어, 안티고네.

그리스 신화에서 안티고네는 테베 왕 오이디푸스의 딸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하리라"는 끔찍한 저주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던 오이디푸스는 결국 운명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비밀이 밝혀진 뒤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찌르고 장님이 되어 테베에서 쫓겨납니다. 안티고네의 부축을 받으며 떠돌다가 아티카에서 한 많은 삶을 마쳤습니다.

오이디푸스가 떠난 뒤 테베 통치권을 둘러싸고 그 아들들 사이에 싸움이 납니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번갈아 1년씩 테베를 다스리기로 합의합니다. 먼저 왕권을 잡았던 에테오클레스가 1년 뒤에도 왕위에서 내려오지 않자 폴리네이케스는 군대를 동원해 테베를 공격했고, 전쟁에서 형제 모두 전사합니다.

섭정 왕 크레온은 테베 통치자였던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는 격식을 갖춰 성대하게 치러 준 반면,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은 땅바닥에 버려 두어 들짐승의 밥이 되게 했는데요. 누구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도록 아예 법령을 선포합니다.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아무도 매장하지 말 것. 법을 어기면 사형으로 다스린다."

안티고네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폴리네이케스는 안티고네의 오빠입니다. 반역자의 시신을 매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은 국법입니다. 피를 나눈 형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그것은 천륜이 허락하는 하늘의 법입니다. 국법을 따르자면 천륜을 저버려야 하고 천륜을 지키자면 국법을 어긴 죄로 사형당해야 하는 딜레마에서 안티고네의 선택은 "천륜"이었습니다. 그녀의 굳건한 신념, 흔들림 없는 논리를 크레온도 당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안티고네(Antigone)입니다.

안티(Anti) 곤(gone), 거스르는 자, 크레온으로 상징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하며 반대로 걸음을 놓는 사람이 바로 "안티고네"입니다. 

장 아누이(1910~1987)는 전기가 없는 것에 만족한다고 밝힐 만큼 개인사가 공개되는 걸 꺼렸다고 전해집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오페레타 등을 관람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법학을 공부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학업을 중단하고 광고 회사에 다니며 일종의 문장 훈련 기간을 보냅니다. 그 시기에 샹젤리제 극장에서 자주 공연을 관람 했는데 1928년 공연된 장 지로두의 <지그프리트>에 완전히 매료되어 연극계에서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장 아누이 작품의 주요 테마는 순수함과 완벽한 사랑이 구현되는 이상 세계를 추구하는 인물들과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몰이해입니다. 아누이의 인물들은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세상에 반항하면서 비열한 삶을 거부하고 죽음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현실과 타협하며 행복을 찾는 생존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상 세계에 대한 갈망, 그 실현이 불가능한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깊은 고독을 표현합니다.

아누이는 친절하고 친절했습니다.

화가이기도 한 그는 색 감각이 넘쳤습니다. 우리가 그의 집에 방문한 날 그는 금색 단추가 달린 진녹색 블레이저에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습니다. 

흰색 벽에 빨간 커튼을 쳤고, 서재 소파 위에 흑백의 극장 사진, 그 앞에 마리오네트 골동품을 걸어 놓았습니다. (하략)

Anna Howard : 우리의 코러스는 무대 매니저입니다. 현대 연극에서 훨씬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안티고네가 권위를 가지고 무대 위를 걸을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