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즈디 무아와드의 <화염>

• 작품에 대해. 

나왈

시몽,

울고 있니?

만약 울고 있다면 울음을 그치지 마라. 왜냐하면 나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니까.

어린 시절은 목에 박힌 칼이지. 그리고 넌 그걸 빼낼 줄 알잖아.

이젠, 말을 참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건 때론 아주 대담한 행동이야.

말을 참는 것 말이다.

이젠, 역사를 다시 써야 해.

역사가 산산조각 나 버렸거든.

천천히

모든 조각들을 위로해 줘야 해

서서히

모든 기억들을 치유해 줘야 해

조용히

모든 이미지들을 달래 줘야 해.

잔느,

넌 웃고 있니?

만약 웃고 있다면 웃음을 참지 마라. 왜냐하면 나도 웃음을 참지 못하니까.

그건 분노의 웃음이야. 나란히 걷고 있는 여인들의 웃음이지

난 널 사우다라고 불러야 했어

근데 아직도 이 이름은 철자를 말할 때

글자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아물지 않은 상처로구나.

웃어라, 잔느, 웃어

우리 가족, 우리 집안 여인네들은 모두 분노에 빠져 있어.

난 엄마한테 화가 났지

네가 내게 화가 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할머니가 증조할머니한테 화가 났던 것처럼 말이야.

이 끈을 끊어야 한다,

잔느, 시몽,

너희 역사는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너희 출생에서부터?

그럼 그건 공포에서 시작된 거야.

너희 아빠의 출생에서부터?

그럼 그건 멋진 한 편의 러브 스토리인 거야.

하지만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 우린 이 러브 스토리가 피와 성폭행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리고 이번에는, 살인마이자 성폭행범인 그 사람이

자신도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러니 사람들이 너희 역사에 대해 물어본다면,

너희 역사와 그 사람의 근원은,

한 어린 소녀가 나지라라는 할머니 이름을 무덤에 새기기 위해

자기 고향 마을로 되돌아갔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해 줘.

역사는 거기에서 시작된 거야.

잔느, 시몽,

왜 너희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때론 밝혀지는 상황에서만 드러나는 진실들이 있는 거야.

너흰 봉투를 열고, 침묵을 깨뜨렸지.

내 이름을 묘비에 새기고 그걸 내 무덤에 세워 줘.

너희 엄마가.

-177-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