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아! 아니, 그렇게 끝내면 너무 싱겁지, 젊은이! 말할 수 있잖아…, 이런! 제기랄! 이 얘기 저 얘기 말이야…. 어조를 바꿔 가면서. 이를테면, 공격적으로, “내 코가 그 모양이면 난 그걸 당장 잘라 버리고 말 거요!” 친절하게, “코가 잔에 빠지겠어요! 마시려면 큰 금속 잔을 만들라고 하세요!” 서술적으로, “암석이군! 산봉우리야! 갑[岬]이야! 당치 않아, 갑[岬]이라고? 반도야!” 호기심에 차서, “대체 이 길쭉한 캡슐은 어디다가 쓰는 거예요? 필기도구 통인가요 아니면 가위 상자인가요?” 우아하게, “아버지처럼 인자하게 새들의 작은 발에 횃대를 내밀고 계시네요. 당신은 정말 새들을 사랑하나 봐요.” 거칠게, “그런데 말이오, 선생, 당신이 담배를 피우고 연기를 내뿜으면 옆집에서 벽난로에 불났다고 야단법석하지 않을까요?” 상냥하게, “그 무게 때문에 당신 머리가 힘들겠네요.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부드럽게, “태양에 색이 바래지 않도록 코에 자그마한 파라솔을 만들어 주세요.” 학자연하게, “이봐요, 이마에 그렇게 많은 뼈와 살을 가지고 있는 동물은 아리스토파네스가 ‘히포캉펠레판토카메로스’라고 부르는 동물밖에 없을 거요!” 기사답게, “여보게, 뭐라고, 이 갈고리가 유행이라고? 모자 걸어 놓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로구먼!” 과장된 어조로, “위풍당당한 코여, 북풍 이외 어떤 바람도 그대를 통째로 감기 들게 할 수는 없을 거요!” 극적으로, “그 코에서 피가 나면 홍해가 되겠네요!” 감탄조로, “조향사들에게는 얼마나 좋은 표시일까!” 서정적으로, “당신은 소라고둥인가요, 트리톤인가요?” 순진하게, “그 굉장히 큰 물건은 언제 방문하나요?” 정중하게, “사람들이 당신에게 인사하는 걸 참고 견디십시오. 워낙 목 좋은 곳에 놓여 있어서 그런 걸 어쩌겠어요!” 시골 풍으로, “이봐, 고게 코여? 원, 쪼깐한 멜론인지 큰 열무인지 통 모르겠구먼!” 군대식으로, “기병대를 조준해!” 실용적으로, “그 코를 제비뽑기에 써 보시겠어요? 틀림없이 행운을 가져올 거예요!” 끝으로, 흐느끼는 피람을 패러디하며, “자기 주인 용모에서 조화를 파괴한 이 코야! 부끄럽지도 않느냐, 이 배신자야!” 이봐요, 대충 이 정도는 표현해 줘야지, 문학을 좀 알고 지성이 있다면 말이오. 지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문학적 소양은커녕 셋을 합쳐도 ‘바보’라는 단어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런 한심한 인간들! 더구나 그럴듯한 술책을 쓰는 바람에 이 고상한 홀에서 정신 나간 농담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네요. 내가 수다를 떨며 농담을 하는 바람에 당신은 시작의 반에 반에 반도 말을 못했는데 여하튼 나 대신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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