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사상 가장 뜨거웠던 논란? 🎭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지요?
마지막 레터를 띄우고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지만지드라마는 낙산 성곽길 소재의 카페 개뿔에서 팝업 도서관을 열고 닫았습니다.
기간에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 가을 바람에 응원의 마음 실어 보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극사상 가장 논란이 됐던 연극 10편을 소개합니다. 연극과 희곡으로 세상이 좀 더 자주 들썩이고 소란했으면 좋겠습니다.
*원문을 적절히 재구성했습니다. |
|
|
연극은 수천 년 동안 관객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주었으며 도전장을 내밀어 왔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작품에는 큰 논란이 따르기도 하죠. 대담한 극작가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위해 스캔들, 심지어 그보다 더한 위험도 감수했습니다. 예술과 표현을 위해 검열(그리고 때로는 폭력)과 정면으로 맞선 연극 10편을 소개합니다. |
|
|
리시스트라타 Lysistrata | 아리스토파네스, 기원전 411
|
|
|
정치적 연극은 최근에 등장한 게 아닙니다. 아리스토파네스는 기원전 411년에 이 반전(反戰) 희극을 썼습니다. 〈리시스트라타〉는 지금까지도 시위를 촉발하곤 합니다. 줄거리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성관계 파업’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권력과 성이라는 주제가 웃음과 논란을 동시에 유발합니다. 미국의 컴스톡 법(Comstock Law)은 1873년 이 작품의 상연을 금지했습니다. 1920년대 모스크바 예술극장이 미국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려 했을 때는 출연진이 체포 협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여러 영화·소설·퍼포먼스로 각색되었으며, 2003년 전 세계적 평화 시위 프로젝트였던 ‘리시스트라타 프로젝트(The Lysistrata Project)’로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
|
|
타르튀프 Tartuffe | 몰리에르, 1664
|
|
|
〈타르튀프〉는 사이비 성직자에 대한 맹신을 풍자하며 권력과 위계를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입니다. 루이 14세는 1667년 〈타르튀프〉 첫 공연을 관람하고 몰리에르의 의도를 간파했죠. 곧바로 검열이 따랐습니다. 파리 대주교는 이 희극을 공연하거나 관람하는 것뿐 아니라 읽는 것도 금했습니다. 대본이 대폭 수정된 뒤인(게다가 정치적 변화까지) 1669년에야 다시 공연과 출판이 허락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몰리에르의 가장 인기 있고 동시대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
|
인형의 집 A Doll’s House | 헨리크 입센, 1879
|
|
|
근대 비극의 걸작으로 꼽히는 입센의 1879년 작품입니다. 초기에는 가족·결혼·도덕성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어 비판을 받았습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자유로운 영혼이자 복합적인 캐릭터인 주인공 노라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남편의 집을 떠나 아내와 어머니로서 역할을 거부하는 선택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이었습니다. 노라는 여전히 현대 연극에서 가장 위대한 여성 배역 중 하나이며, 〈인형의 집〉은 오늘날까지도 뜨거운 논쟁을 야기하곤 합니다. |
|
|
워렌 부인의 직업 Mrs. Warren’s Profession | 조지 버나드 쇼, 1893
|
|
|
조지 버나드 쇼는 1893년 이 작품을 쓰면서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그는 뉘우침 없는 포주를 주인공 삼아 의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켰습니다. 초연 즉시 영국 왕실이 검열에 나섰고 작품 전체의 공식적인 공연은 1925년까지—무려 30년 이상—허가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뉴욕에서는 1905년 공연이 경찰에 의해 중단되었고, 배우와 스태프는 컴스톡 법 위반으로 체포되었습니다. 이후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에서 다섯 차례 재공연되었으며, 현재는 세계 곳곳에서 높은 평가 속에 꾸준히 공연되고 있습니다. |
|
|
눈뜨는 봄 Spring Awakening | 프랑크 베데킨트, 1906
|
|
|
2006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록 뮤지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원작은 19세기 말 프랑크 베데킨트의 희곡입니다. 베데킨트의 희곡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독일에서 상연이 금지되었죠. 사춘기, 청소년 성, 강간, 동성애, 자살, 낙태 등을 솔직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작품이 받아들여지기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눈뜨는 봄〉은 수차례 검열과 시위를 겪었습니다. |
|
|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 에드워드 올비, 1962
|
|
|
올비의 희곡 중에선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입니다. 1962년 초연 당시에는 보수적인 관객들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죠. 이후 664회 공연되었고 토니상을 포함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지만 1963년 퓰리처상 심사위원회는 선정성을 문제 삼아 시상을 거부했습니다. 이 결정에 항의해 심사위원 두 명이 사임했고, 결국 그해에는 퓰리처상 자체가 수여되지 않았죠. |
|
|
더 아더 쇼어(The Other Shore) | 가오싱젠, 1986
|
|
|
현대 중국 희곡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가오싱젠의 이 실험적인 작품은 사실 1986년 발표 이후 중국 본토에서 단 한 번도 공연된 적이 없습니다. 베이징인민예술극장에서 예정된 초연이 정치적 이유로 취소되었죠.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탐구한 전위적 작품 〈더 아더 쇼어〉는 1990년 대만, 1995년 홍콩에서 공연될 수 있었습니다. 가오싱젠은 1987년 중국 공산당과의 오랜 갈등 끝에 프랑스로 망명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까지 〈더 아더 쇼어〉 를 비롯한 그의 모든 작품을 금지했습니다. 1997년 작품의 영어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
|
|
엔젤스 인 아메리카 Angels in America | 토니 쿠슈너 1993
|
|
|
이 거대한 작품은 동성애, 성, 에이즈를 정면으로 다루며 레이건 시대 한복판에서 중요한 대화를 촉발했습니다.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그러나 모두가 이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93년 초연에는 여러 위협과 항의가 따랐고, 특히 샬럿 레퍼토리 극장은 이 작품을 공연한 뒤 노스캐롤라이나 예술·과학위원회의 연기금 250만 달러를 삭감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후 20년간 성소수자 권리는 약진했지만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여전히 일부 학교·대학에서 가르치거나 공연할 때 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
|
|
코퍼스 크리스티 Corpus Christi | 테런스 맥널리, 1998
|
|
|
이 도발적인 작품은 예수와 열두 사도를 텍사스에 사는 게이 남성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보수·기독교 커뮤니티에서 강한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맨해튼 시어터 클럽은 항의가 폭력 사태로 이어질 것을 염려해 초연을 취소했다가 다시 복구했고, 맥널리는 여러 개인과 감시 단체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았니다. 16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코퍼스 크리스티〉는 가장 논쟁적인 연극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이 작품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파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Corpus Christi: Playing with Redemption”이 2014년 10월 14일 DVD/VOD로 발매되었습니다. |
|
|
불명예 Behzti | 구르프리트 카우르 바티, 2004
|
|
|
〈불명예〉는 2004년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지역 시크 공동체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이틀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시크 사원 내에서 벌어지는 강간·폭행·살인 장면이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종교적 성소를 더럽혔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바티는 한동안 잠적했고, 이후 《가디언》 칼럼에서 공연 중단 사태와 예술계의 지지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종교와 예술은 수 세기 동안 충돌해 왔고,
그 싸움은 내 작품과 내가 잊힌 뒤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10년 후 바티는 버밍엄 레퍼토리 극장에 복귀해 신작 〈칸단(Khandan, Family)〉(2014)을 선보였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