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같고 뭐가 다른 거죠?! 🎭 사실주의는 사실 그대로, 자연주의는 자연스럽게? 뭐가 같고 다른지 매번 헷갈립니다.
연극에서 사실주의 대표 작가는 체호프입니다. 자연주의 대표 작가는 하웁트만이죠. 뭐가 같고 다른지 여전히 헷갈립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알게 됩니다. 애써 둘을 구분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러니 머리 싸고 고민 말고, 진짜 연극을 해 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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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real)’ vs ‘자연(natural)’,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극사적 맥락에서 “사실주의(realism)”와 “자연주의(naturalism)”의 차이는 거칠게 말하자면 ‘날것의 진실’과 ‘시적인 현실’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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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는 일상생활을 정확히 묘사하는 데 중심을 둔 연극 운동입니다. 1800년대 중반 이전까지 공연 예술의 주류는 멜로드라마였습니다. 과장된 연극, 호화로운 오페라로 가득했죠. 그러나 서구 사회가 사회적·산업적 변화를 겪으면서 일부 극작가들과 연극 제작자들은 실제 삶을 더 정직하게 반영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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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적인 대사 극 중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합니다. 긴 독백 또는 운문 표현은 없습니다. 갑자기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일도 없죠. 말 그대로 대사뿐 아니라 무대, 의상 등에서도 사실성을 중시합니다.
- 평범한 인물 귀족이나 상류층이 아닌, 보통 사람들, 노동자 계층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 초자연적 요소 없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사실주의 작품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 열린 결말 사실주의가 반드시 비극이나 드라마만을 의미하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 갈등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갈등보다는 인물 내적(심리적) 갈등이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을 주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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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1904년 베라 코미사르젭스카야가 노라 역을 맡아 자신의 극장에서 <인형의 집>을 공연했다. 첫 지문 "아늑하고 세련되지만 수수하게 꾸며진 거실"은 당시 무대에서 사진과 같이 재현되었다.
(아래) 2021년 6월 1일 라이브로 송출된 <인형의 집>. 두 공연에 117년의 시차가 있으나 "아늑하고 세련되지만 수수하게 꾸며진 거실"은 유사해 보인다. 입센이 사실적으로 썼고, 동시대에 사실적으로 재현되었던 무대가 오늘날 관객에게 여전히 사실주의적으로, 보통 사람들의 실제 삶으로 보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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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가장 널리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실주의 범주에 속하는 연극과 영화가 창작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많은 작품들이 18∼19세기의 멜로드라마나 희극보다는 사실주의에 더 가까운 경향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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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가 전통에 반하는 움직임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무렵 자연주의도 함께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주의는 당시 등장한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아,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일부이며 자유 의지보다 유전과 환경 등 진화적 힘에 더 많이 지배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는 매우 유사해 보입니다. 실제로 둘 다 세상을 과장이나 미화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 주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습니다. 사실주의는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정직하게 보여 주려 하지만, 자연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묘사하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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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없는 언어 미사여구가 없습니다! 인물들은 방언이나 속어, 거칠고 여과되지 않은 언어로 말합니다. 이는 그들의 사회적 배경을 반영합니다.
-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초점 인물들은 빈곤, 질병, 유전적 조건 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가차 없는 묘사 사회적 금기, 암울한 결말 등 과거 연극에서 터부시되던 내용을 거침없이 다룹니다.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며, 인물들은 자신의 환경이나 본능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 물리적 디테일 강조 무대 세트, 의상, 지문 등은 인물들의 환경과 조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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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는 문학에서 비교적 인기가 있었지만 연극에서는 몇몇을 제외하곤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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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는 그 엄격한 정의와 냉소적인 세계관 때문에 짧은 기간 유행했을 뿐 사실주의만큼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절제된 표현은 오히려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자연주의는 오늘날까지 연극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대 연기술의 선구자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Konstantin Stanislavsky)는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모두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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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와 자연주의를 무대 위에 구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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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미묘한 차이를 엄밀히 구분한다면 연극사 시험에서 A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배우가 그 차이를 세밀히 반영해 연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주의나 자연주의 연극을 무대화할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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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타니슬랍스키 이론을 복습하자 어떤 형태로든 연기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스타니슬랍스키의 이론을 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주의 연극에서 진정한 연기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이 이론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길 권합니다. 《배우 수업(An Actor’s Work)》을 다시 읽거나 관련 강좌를 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정직함이 최고의 전략이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는 모두 세상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배우 역시 캐릭터를 진심으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장된 동작이나 기이한 선택, 장식적인 연기는 불필요합니다. 캐릭터의 목표를 성실히 따라가다 보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3. 공간을 이해하자 관객에게 현실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 하더라도, 연기가 펼쳐지는 무대는 ‘연극’적으로 제한된 곳입니다. 따라서 관객이 무대 위 배우의 연기를 인지할 수 있도록 선택하고 조율해야 합니다. 50석짜리 소극장이라면 실제 생활처럼 섬세하게 연기해도 되겠지만, 2000석 규모의 대극장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목소리를 키우거나, 몸짓을 약간 더 크게 하는 등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4. 열린 결말을 받아들이자 사실주의와 자연주의가 조명하는 ‘삶의 단면(slices of life)’은 때때로 캐릭터가 행복한 결말은커녕 어떤 결말도 맞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곤 합니다. 예를 들어 쇼의 〈피그말리온〉에서 엘리자는 히긴스를 떠납니다.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원작 <피그말리온>의 뿌리를 버리고 플롯을 매끄럽게 마무리짓습니다. 엘리자가 떠나자 히긴스는 뒤늦게 그녀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엘리자가 돌아옵니다. 배우들도 이런 해피엔드의 유혹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완벽한 결말이라는 유혹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애매함을 받아들이거나 인물이 맞이했을 법한 결말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접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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