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2500년 연극사에서 여성 배우가 등장한 건 400년 전입니다. 정치, 종교, 문화, 예술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다원주의가 부상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원주민 출신 여성 극작가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건 2023년이 처음입니다.
10세기에 라틴어로 희곡을 쓴 수녀 로스비타, 영국 최초 여성 전업 작가 애프러 벤, 인터랙티브 시어터라는 실험적인 극 형식으로 주목받은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 등
꼭 알아야 할 여성 극작가와 그 대표작을 소개합니다.
*원문을 적절히 편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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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둘치티우스(Dulcitius)
- 간더스하임의 로스비타(Hrotsvitha of Gandersheim, 935-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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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더스하임의 로스비타(Hrotsvitha of Gandersheim, 935-973) ‘맑은 목소리’라는 뜻을 지닌 로스비타는 서구 최초 여성 극작가 중 한 명입니다. 독일의 수녀였으며 라틴어로 시와 희곡을 썼습니다. <둘치티우스>는 로마 총독이 세 명의 순결한 자매에게 부당한 결혼을 강제하고 종교를 버리도록 강요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희곡은 레제드라마입니다. 상연보다는 읽히는 것을 목적으로 쓴 희곡이었죠. 그럼에도 무대에서 블랙코미디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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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사소한 것들(Trifles), 1916
- 수전 글래스펠(Susan Glaspell, 1882-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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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앙상블 시어터 컴퍼니에서 제작한 영화 버전의 <사소한 것들>. Kim Dupuis 연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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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펠은 대공황 시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연방 극장 프로젝트(Federal Theatre Project) 운영자였습니다. 〈사소한 것들〉은 작은 마을에서 한 남성이 살해된 사건을 다룬 1막 극입니다. 극 중 보안관과 그 부하들이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 안을 수색하는 동안 두 여성이 부엌에서 대화를 나누며 남성들이 신경 쓰지 않을 사소한 단서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살인자의 정체를 확인하곤 이를 공개할지 말지를 고민합니다. 암시와 침묵으로 의미를 형성해 내는 섬세한 극작법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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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태양 아래 건포도(A Raisin in the Sun), 1959
- 로레인 핸즈베리(Lorraine Hansberry, 1930-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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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S 제작, 1989년 텔레비전 드라마 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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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아서 밀러가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대가에 대해 탐구했다면, 핸즈베리는 그로부터 10년 후 이 주제를 더욱 확장해 그것이 “과연 누구의 꿈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태양 아래 건포도>라는 제목은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 1901-1967)의 시 <할렘(Harlem)>에서 따왔습니다. 시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묻습니다. 핸즈베리의 극은 시카고 남부에 살고 있는 ‘영거(Yonger)’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가장인 에스더 롤로는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놓고 그 돈을 딸 교육에 쓸지, 아들의 주류 판매 사업 자금으로 쓸지 아니면 가족을 위해 새로운 집을 사는 데 쓸지 고민합니다. 흑인 가족의 꿈과 현실을 깊이 있게 탐구한 희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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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페푸와 그녀의 친구들(Fefu and Her Friends), 1977
-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María Irene Fornés, 193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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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American Conservatory Theater) 제작, <페푸와 그녀의 친구들>(2022) 장면. 사진 : Kevin Berne / American Conservatory Thea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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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계 미국 여성 극작가 포네스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당시 남성 중심의 연극계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대표작 <페푸와 그녀의 친구들>은 실험적인 형식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관객이 이동하며 각기 다른 장면을, 다른 순서로 관람하게 만들었습니다. 출연진은 모두 여성입니다. 제4의 벽을 허무는 것으로 사회적 경계를 허무는 여성들의 저항을 은유적으로 표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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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2막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Scott Strazzante / The Chronic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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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릴 처칠(Caryl Churchill,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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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시어터에서 Michael Kahn 연출로 공연된 <클라우드 나인>(2016) 트레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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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식민주의를 기발한 방식으로 비판합니다. 1막은 빅토리아 시대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전개됩니다. 남성 인물을 여성이, 백인을 흑인이 연기하도록 했습니다. 2막 배경은 1970년대 런던이며, 1막의 배우들이 전혀 다른 인물로 등장합니다. 식민주의, 성차별, 인종 차별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전통적인 희극 구조를 해체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창적이고 도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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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하이디 연대기(The Heidi Chronicles), 1988
- 웬디 웨서스타인(Wendy Wasserstein, 195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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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 매키넌(Pam MacKinnon) 연출, 엘리자베스 모스(Elisabeth Moss) 주연의 <하이디 연대기>(2015)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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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웨서스타인은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주인공 하이디 홀랜드의 성장 과정을 따라갑니다. 1960년대에 고등학생이던 하이디는 페미니스트로 1970년대를 보내고 1980년대 미술사 교수가 됩니다. 그녀의 직업적 성장과 더불어 우정과 연애 관계도 보여 줍니다. 하이디의 인생 변천을 표현하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연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우에게 큰 도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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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아메리카 연극(The America Play), 1993
- 수잔로리 팍스(Suzan-Lori Parks, 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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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스턴(Marcus Stern) 연출의 <아메리카 연극>(1994)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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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2막 우화극입니다. 흑인 무덤 파기 노동자가 부업으로 에이브러햄 링컨을 연기합니다. 그의 공연에서 관객들은 1센트를 지불하고 링컨 암살을 재현할 기회를 가집니다. 독창적인 형식이 돋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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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라 보글(Paula Vogel,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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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워리스키(Kate Whoriskey)가 연출한 <운전 배우기>(2012)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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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릴빗이라는 여성의 회고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릴빗은 십대 때 이모부 팩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을 들려줍니다. 비선형적 구조로 되어 있으며, 두 주인공의 대사 사이에 코러스의 해설이 삽입됩니다. 코러스를 구성하는 세 배우는 극 중에서 다른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보글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극작가 중 한 명입니다. 린 노티지(Lynn Nottage), 키아라 알레그리아 후데스(Quiara Alegría Hudes), 세라 룰(Sarah Ruhl) 등이 보글의 제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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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폐허(Ruined), 2008
- 린 노티지(Lynn Nottage,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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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Invictus Theatre Co.) 제작, 찰스 아스케나이저(Charles Askenaizer)가 연출한 <폐허>(2022)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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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 <폐허>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억척 어멈과 그의 자식들>(1941)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콩고 민주 공화국으로 배경을 옮겨 바를 운영하며 매춘을 알선하는 포주 ‘마마 나디’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전쟁으로부터 지켜주려 합니다. 그들 중 두 자매는 이미 할례(genital mutilation)를 치른 상태죠. 마마 나디는 군인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면서 동시에 여성들을 보호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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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다음 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연극(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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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런스 보스웰(Laurence Boswell)이 연출한 <다음 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연극>(2013) 장면. 사진 : Johan Per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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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를 배경으로 바이브레이터 발명 과정을 다룬 희곡입니다. 바이브레이터는 원래 여성의 “히스테리아(Hysteria)”를 치료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였습니다. 전기 과학자 기빙스 박사의 아내 캐서린 기빙스는 이 장치가 자신의 결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됩니다. 많은 비평가들이 룰을 마법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 작가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우화 작가(Fabulist)”라고 정의합니다. ▷세라 룰의 <죽은 남자의 휴대폰>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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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추수감사절 연극(The Thanksgiving Play), 2015
- 라리사 패스트호스(Larissa FastH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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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차브킨(Rachel Chavkin)이 연출한 <추수감사절 연극>(2023) 브로드웨이 초연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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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사 패스트호스는 라코타(Lakota) 출신의 아메리카 원주민 극작가이자 안무가입니다. 대표작 <추수감사절 연극>은 매우 현실적인 풍자극입니다. 네 명의 백인 교육자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추수감사절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은 추수감사절을 기념하는 동시에 원주민 문화유산의 달(Native American Heritage Month)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2023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이 작품은 원주민 여성 극작가 작품으로는 처음 ‘그레이트 화이트 웨이(The Great White Way)’에 진출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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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헌법이 내게 의미하는 바(What the Constitution Means to Me), 2017
- 하이디 슈렉(Heidi Schreck,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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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버틀러(Oliver Butler)가 연출한 <헌법이 내게 의미하는 바>(2020)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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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적 연극인 동시에 미국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작품입니다. 하이디 슈렉은 십대 때 교내 헌법 토론 팀 일원으로 전국을 돌며 경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극을 썼습니다. 자신의 가족사에서 세대 간 트라우마를 돌아보며 관객이 미국 헌법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유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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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프리마 페이시(Prima Facie), 2019
- 수지 밀러(Suzie Miller,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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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코머가 출연한 <프리마 페이시>(2019)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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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극입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변호하는 강인한 변호사 테사는 성폭력 피해를 겪고 가치관이 완전히 바뀝니다. 2023년 조디 코머가 이 작품으로 토니상을 수상했습니다. 테사라는 인물은 아름다운 집에 점차 균열이 생기지만 역경에 맞서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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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핫 윙 킹(The Hot Wing King), 2020
- 카토리 홀(Katori Hall,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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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알렉산더 바이스(Roy Alexander Weise)가 연출한 <핫 윙 킹>(2024) 트레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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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인해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이 조기 종료되었음에도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야기는 멤피스에서 열리는 핫 윙 요리 대회를 준비하는 코델 크러치필드와 그의 연인 드웨인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퓰리처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주는, 흑인 남성성이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한 탐구”라고 평가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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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성 극작가들의 작품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애프러 벤(Aphra Behn)의 <떠돌이 혹은 추방된 기사들(The Rover)>릴리언 헬먼(Lillian Hellman)의 <어린이의 시간(The Children's Hour)> 이브 엔슬러(Eve Ensler)의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s)> 영 진 리(Young Jean Lee)의 <스트레이트 화이트 맨(Straight White Men)>
이들의 혁신적인 작품을 통해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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