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포크죠?" 궁금하다면 🧐 <테베랜드>는 기획부터 출간까지 전 과정이 새롭고 특별했습니다. “<테베랜드>를 지만지드라마에서 내 주면 좋겠다”는 트위터의 멘션을 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희곡을 출간해 보자는 마음으로 2023년 12월 15일, 세르히오 블랑코 작가님께 첫 메일을 보냈습니다. 수십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계약이 성사되어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테베랜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작가님께 메일을 썼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Of course, Why n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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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이 보내 준 질문들로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테베랜드와 마르틴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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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년 한국 초연 보셨나요? 어땠나요? A. 2023년 7월, 한국 공연을 보려고 서울에 갔습니다. 멋졌습니다. 무대와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보여 준 애정에 특히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가 만나 본 중에 가장 따뜻하고 친절한 관객들이었습니다. 각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멋진 시간을 보냈는데 한국은 그중 특별했습니다. 곧 다시 방문하고 싶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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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랜드>는 성공적인 초연 이후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예매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공연을 기다린 관객이 많았던 거겠죠. 우루과이 작가가 쓴, 다소 어렵기까지 한 이 작품에 한국 관객들이 호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흥행의 중심에 믿고 보는 신유청 연출의 세련된 미장센이 있습니다. 초연부터 함께한 이석준, 정희태, 길은성, 이주승, 손우현, 정택운 배우의 탄탄한 연기가 든든히 드라마를 받칩니다. 이번 시즌엔 검증된 실력파 강승호 배우와 영화,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김남희 배우가 합류했고요.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세르히오 블랑코는 한국에서 작품이 흥행한 이유를 무엇이라 짐작하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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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맞아요, 한국 관객들이 정말 이 연극을 좋아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인물 관계를 형성해 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결’은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주제일 것 같은데, 최근 한국의 역사는 ‘단절’로 특징지어지니까요. 사람들이 이 연극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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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랜드>는 3인이 출연하는 2인극입니다. 극작가 S가 재소자 ‘마르틴’의 이야기로 연극을 제작하려 합니다. ‘마르틴’을 연기할 배우 ‘페데리코’가 프로젝트에 합류하고요. 그런데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한 사람이 연기합니다. 1인 2역이죠. 의상도 바꾸지 않습니다.
극작가 S가 마르틴 또는 페데리코와 대화하는 장면이 연속되기 때문에 처음엔 좀 헷갈립니다. 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가 극의 ‘모호함’을 한층 강화합니다. 마르틴과 페데리코, 너무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딱히 다르다 할 것도 없습니다. 둘 다 ‘나이키’를 좋아하는 청년일 뿐이죠.
마르틴은 페데리코처럼 살 수도 있었습니다. 페데리코가 마르틴처럼 살게 되었을지도 모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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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같은 배우가 연기합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요? A. 둘은 여러 면에서 많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어휘력입니다. 페데리코는 단어 선택 폭이 광범위합니다. 반면 마르틴은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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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봤다면 누구나 가질 궁금증, “왜 포크였을까”? 극 중반부터 마르틴은 S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쩌다 범행을 저지르게 됐는지. 물론 속 시원히 모든 얘기를 해 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마르틴의 생각, 감정 같은 것들을.
S도 느낍니다. 그렇게 둘의 세계가 서로를 향해 열리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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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살인 무기로 포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이 아이디어는 갑자기 떠오른 거예요. 칼보다 포크로 아버지를 죽이는 게 더 충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칼을 이용한 살인보다 포크를 이용한 살인이 더 폭력적이죠.
Q. 다시 이 연극을 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훌륭한 배우들 연기를 음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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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오토 픽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와 허구를 교묘히 뒤섞어 관객을 혼란에 빠트리는 동시에 극적 긴장을 끝까지 놓지 않게 만들죠. <테베랜드>에 나오는 극작가 S에게서 자연히 이 극의 작가 세르히오 블랑코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질문이 이어집니다.
마르틴은? 그도 실제 인물일까? 실화 바탕일까? 두 사람은 나중에 재회했을까?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일까?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 연극은 실화일 수도, 완전히 허구일 수도 있습니다. 해석은 관객, 독자의 몫입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 “지적 유희”를 꼽고 싶습니다. <테베랜드>는 소포클레스, 도스토옙스키, 모파상, 프로이트 등을 인용하며 근친 살해를 재정의하도록 유도하죠.
이처럼 세르히오 블랑코의 연극 세계는 독창적입니다. 하지만 연극을 바라보는 관점만큼은 무척 클래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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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독창적인) 극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A. 일주일. 아주 빠르게 썼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책상아 앉아 쓰기 시작해 일주일 만에 완성한 거죠.
Q. 연극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극에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A. 연극은 세상을 비쳐 보여 줍니다. 연극을 통해 세상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죠. 삶의 여러 다른 측면들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 그게 바로 연극이 지닌 강력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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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블랑코의 또 다른 작품 <당신이 내 무덤을 지나갈 때>가 독자와 만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출판할 차기작을 작가가 직접 골랐습니다. 어떤 작품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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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이 대 무덤을 지나갈 때>는 어떤 작품인가요? A. 스위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극작가가 자신의 시신을 런던 정신병원에 수용된 젊은 사체애호가에게 기증하는 이야기입니다. 극작가가 자신의 죽음을 도와 줄 스위스 의사와 자신의 시신을 기증할 사체애호가를 만나는 장면을 교차해 보여 줄 겁니다. 안락사라는 다소 예민한 주제를 다루지만 이야기를 아름답고 가볍게 풀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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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있는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대화하며 호응을 얻고 있는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라면 극작가 지망생에게 뭐라고 조언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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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작가 지망생을 위해 조언 부탁합니다. A. 극작가에게 가장 좋은 공부는 희곡을 많이 읽고 연극을 많이 보는 겁니다. 많이 읽고 많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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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드디어 공연을 봤습니다. 원형무대를 십분 활용한 연출도, 배우들의 명연기도 인상깊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옆자리에 앉았던 열정적인 관객! 얼마나 들여다봤는지, 이미 너덜너덜해진 책을 펼쳐 들고 실제 무대와 비교하며 탐구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어른댑니다. 그 열정에 부응하고픈 마음으로 이번 레터를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세르히오 블랑코, 한국의 지만지드라마, 우리는 언어, 시간, 공간 어느 것 하나 공유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연결하고 있는 건 연극 <테베랜드>뿐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질문을 추리고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래서 두렵고 또 설렜습니다. 기세로 덤빈 인터뷰 서툴게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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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부터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테베랜드>가 공연 중이다.
이석준, 정희태, 길은성, 김남희 배우가 극작가 'S'를 연기한다.
이주승, 손우현, 정택운, 강승호 배우가 '마르틴/페데리코'를 연기한다.
2025년 2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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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를 존속 살해범으로 볼 수 있을까?” 작가 S가 부친 살해 혐의로 수감 중인 마르틴이라는 젊은 재소자를 면회한 뒤 그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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