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옵저버(The Observer)》의 연극 비평가가 1912년 〈햄릿〉부터 펀치드렁크의 이머시브 연극 〈파우스트〉까지, 현대 연극사의 국면을 바꾼 “최고의 무대 디자인 10”을 선정했습니다.

에드워드 고든 크레이그는 많은 작업을 한 건 아니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현대 연극 디자인의 선구자입니다. 환상적인 무대 디자인은 특히 피터 브룩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12년 스타니슬랍스키 연출로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햄릿〉 무대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거트루드와 클로디어스가 권위와 욕망을 상징하는 망토를 입었습니다. 망토가 무대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궁정 아첨꾼들이 그 천을 통과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황금빛 망토가 금박을 입힌 벽에 반사되었습니다. 장면 전환에는 슬라이딩 스크린을 사용했습니다. 피터 브룩은 그를 “영감이자 경고”라고 불렀습니다.

1970년 피터 브룩이 연출한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은 무대 디자인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조너선 밀러는 이 연출이 무대 구성 방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연출은 문자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서 우리를 해방시켰다.” 해방은 주로 시각적 측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샐리 제이콥스가 서커스 무대를 디자인했습니다. 무대는 강렬한 백색 조명을 비춘 단순한 흰색 상자였습니다. 요정들이 공중 그네를 타고 등장해 죽마를 타고 돌아다녔습니다. 퍽은 사랑의 묘약이 담긴 그릇으로 접시돌리기 묘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대형 와이어가 연인들을 붙들어 숲에 가두었습니다.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한 1992년 공연에서 디자이너 이언 맥닐은 표현주의와 필름 누아르 영향을 반영한 무대를 통해 프리스틀리의 희곡에서 시대와 계급 충돌을 시각화합니다. 부르주아 가정의 불안정한 집은 죽마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였고, 벽은 인형의 집처럼 열렸습니다. 집의 비율은 왜곡되어 있었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집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폭격으로 파괴된 거리에서 놀았습니다. 프레스틀리가 2차 세계 대전 말기에 1912년을 배경으로 쓴 이 희곡은 이전까지 전통적인 연극었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으로 일시에 정치적 긴장을 띠게 되었습니다.

폴 브라운은 무대 위에 자연계를 화려하게 구현합니다. 게인즈버러 스튜디오를 잔디로 덮고 오래된 기차역에 해바라기 밭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2000년 조너선 켄트가 연출한 <템페스트> 무대에서 폴 브라운은 멋진 수중 경관을 만들어 냈습니다. 거대한 호수가 바위와 파편으로 둘러싸인 알메이다 무대 위로 넘쳐흐릅니다.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아리엘(사진의 에이던 길렌이 연기)이 천장에 매달린 채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합니다. 연극은 하나의 멋진 이미지에서 다음 이미지로 도약하며 진행됩니다.

하이테크와 로우테크의 완벽한 결합이었습니다. 2005년 메니어 초콜릿 팩토리, 스티븐 손드하임이 점묘화가 조르주 쇠라에게 바치는 빛나는 무대는 디자이너 샘 번트록과 데이비드 팔리(무대 및 의상), 티모시 버드(프로젝션) 손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애시드 그린 배경에 흰색 커튼 위로 애니메이션이 재생됩니다. 스크린에서 배경 풍경을 이루던 쇠라의 그림이 액자에 담긴 오브제로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20년간 가장 상상력이 풍부했던 공연 중 하나입니다. 1998년 줄리안 크라우치와 펠림 맥더모트는 하인리히 호프만의 스토리를 장난감 극장 세트에서 생생하게 구현했습니다. 세트는 독특한 매력을 풍겼습니다. 화려한 커튼, 판지로 만든 가구와 어른이 몸을 굽혀야만 통과할 수 있는 문! 사나운 인형들이 배우들 위로 우뚝 솟아 있고, 불룩한 더벅머리 피터의 머리가 프로시니엄 아치 위에서 눈을 부라립니다. 성냥을 가지고 놀다가 불타 죽은 소녀는 불꽃색 페티코트를 여러 겹 껴입었습니다.

2006년, 이머시브 연극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와핑에 있는 1500평방피트의 창고에서 펀치드렁크는 관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대안적인 극장을 만들었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에드워드 호퍼풍 인테리어에서 영감을 얻어 195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을 재현했습니다. 향기로운 크리스마스트리 숲, 허름한 모텔, 각종 실험 도구와 특이한 뿌리가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실험실, 식당, 영화관, 잡화점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스토리는 바로 이 디자인 안에 있었습니다.

버니 크리스티의 디자인은 대담합니다. 감각적인 세트 분할이 그녀 전문입니다. 리틀턴 무대에서는 글래스고 주택을, 웨스트요크셔 플레이하우스에서는 분열된 정신을 암시하는 세트를 층층이 쌓아 올렸습니다. 하워드 데이비스가 연출한 미하일 불가코프의 <백위군>에서 그녀는 1917년 10월 혁명의 역동성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디자인으로 표현했습니다. 술 취한 캐릭터가 피아노에서 기둥으로 넘어질 때, 관객은 그의 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 전체가 뒤로 물러나며 세심하게 꾸며진 거실이 야전 본부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연출은 하나의 생활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시각화한 방식이었습니다. 

마크 로스코를 소재로 한 존 로건의 2009년 작 <레드>에서 크리스토퍼 오람은 큰 그림이 마치 드라마 같다고 말한 화가의 정신을 훌륭하게 구현했습니다. 돈마르 스테이지 뒤편에는 캔버스들이 걸려 있었는데, 닐 오스틴의 조명 아래에서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빛나고 희미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캔버스들을 치우자 3면을 붉게 칠한 흰색 직사각형이 드러났습니다. 마치 피로 물든 프로시니엄 아치처럼 보였습니다. 오람의 가장 큰 재능은 연극의 핵심을 찾아내 그 진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는 오늘날 위대한 무대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미리엄 뷰더는 로열코트극장을 지하철 객실로 바꾸어 관객과 배우가 얼굴을 맞대도록 했고, 영빅 극장을 물로 채웠으며, 코틀로 극장을 분할해 기후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했습니다. 2010년 로이 윌리엄스의 복싱 드라마를 위해 그녀는 로열코트를 링으로 바꾸었습니다. 거대한 펀치백들이 매달려 있었고, 스폰서 광고가 벽을 가득 채웠으며, 형광등이 복서들을 비추었습니다. 복서들의 잽과 펀치가 무대를 감싼 거울들을 통해 이리저리 반사되었습니다. 강렬한 연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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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가 진행됩니다.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작업이 한국에 처음 소개됩니다. 건축 모형, 드로잉, 영상 자료에서 영감을 얻어 보면 어떨까요?